제주에서 찾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2부)

의료/건강 / 정상연 한의사 / 2019-02-22 10: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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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 서핑, 테니스’ 끊임없는 배움

▲ 정상연 한의사

제주도에 내려와서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학창시절 늘 ‘배워야하는 것’에 치중했다면, 제주도에서는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제주도에 왔으니, 우선 수영강습에 등록했다. 매일 새벽 6시 30분부터 30분간 강사님께 기본을 배우고 나머지 30분 동안 개인 연습을 하였다. 장장 6개월 동안 내가 이렇게도 운동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수영실력을 많이 키우지는 못했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해서 매우 보람찼다. 또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폐활량과 지구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물에 대한 공포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다른 해양스포츠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배운 것은 서핑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멋진 미남, 미녀처럼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해변을 거닐고 싶었다. 경쾌한 파도와 하나가 되어 속도를 즐기는 모습도 일품일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서핑을 배우는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고서는 것을 터득하는 것에만 한 달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보드 위에 엎드려 손으로 노을 저어서 바다 한가운데까지 가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서핑을 배우면서 계절과 밀물·썰물에 따른 파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어깨 근육을 단련할 수 있었고, 강렬한 태양 덕에 구릿빛을 넘어 새까만 피부를 얻을 수 있었다.

테니스 강습도 시작했다. 20대에는 축구나 농구와 같이 몸을 부딪치는 과격한 운동을 좋아했는데, 서른을 넘어서자 관절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에 안전하면서도 충분한 운동량을 얻을 수 있는 테니스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 배드민턴을 즐겨했기에 테니스도 금방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포핸드 스트로크는 어설프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테니스도 기본자세를 익히는데 몇 달이 걸린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테니스를 칠 때 팔꿈치에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테니스 엘보우’라 부른다. 손목 폄근과 굽힘근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면서 생기는 힘줄 염증이다. 따라서 테니스를 칠 때에는 손목의 힘을 빼고 체간을 회전하는 힘을 통해 스윙을 해야 한다. 전문 강사에게 코칭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올바른 자세를 익혀 부상을 방지하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 ‘도자기 수업, 생활영어’에 매진

운동 외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 도자기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다. 한의사라서 약탕기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아야했고, 개인적으로 차(茶)에 관심이 있어서 다기(茶器)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강의를 들었다.

 

흙을 반죽하여 그릇을 빚고 건조와 초벌을 거친 후 유약을 발라 재벌을 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일련의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릇을 만드는 동안 잡념을 잊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었다.

 


명상이나 음악치료와 같은 심리치료가 많은데, 도자기를 빚는 것을 한의원 치료에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늘 어디론가 달아나버리는 마음을 한 곳에 묶어둘 수 있었던 경험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자기를 빚는 날에는 수면의 질도 무척이나 좋았고 소화도 잘 되었다.

 

최근에는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활용도가 전통적 학습 영어에 치우쳐 공부한 탓에 생활영어에는 취약하여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공부해서 영어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전화영어를 등록하고 영어말하기 모임에 가입하고 우리 집 강아지와 영어로 대화하는 등 영어를 입 밖에 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또한 미국드라마를 3번 이상 돌려보며 따라서 말하고, 영작을 해서 인터넷을 통해 첨삭을 받고, 미국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을 암기하는 등 다른 방법도 같이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영어가 입에서 술술 나오기도 한다. 또한 언어를 공부하니 뇌의 언어중추인 브로카영역(Broca's area, 언어생성과 제어영역)과 웨르니케영역(Wernicke area, 언어단어해석영역)이 활성화되어 머리도 젊어진 듯하다.

기본적으로 배움은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 운동을 배우면 대뇌 겉질의 운동영역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자율신경과 말초신경도 강화된다. 도자기와 같은 예술을 배우면 뇌의 우반구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일상에서 좌측 뇌의 활성에 치우쳐 사는 현대인에게 무척 중요한 점이다.

지속적인 배움은 OLM(Oriens-lacunosum moleculare)이라고 불리는 ‘문지기 세포’(gatekeeper cells)를 활성화해 노년기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신경전달물질이 활발하게 분비되어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도 예방가능하다.

● 환경에 맞게 환자관리…반려견의 즐거움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단연 ‘환자’이다. 제주도의 환자분은 서울에서 보았던 환자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신체노동을 많이 하신 탓에 관절에 변형이 많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

몸이 아파도 평생을 해온 밭일과 물질을 그만 둘 수가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일을 하시니 어찌 통증이 호전되겠는가? 그래서 근본적인 치료보다도 진통효과를 원해 보건소에 내원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처음에는 생활습관을 바꾸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자는 나의 치료계획과 그 분들이 원하는 치료방법이 달라 갈등이 생기곤 했었다. 하지만 제주도 할망, 하르방과 진료실에서 2년 동안 부딛기며 살아보니, 그분들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의 치료방법을 무조건 고수하지 않는다. 물론 환자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고민하고 제안하고는 있지만, 그 분들의 삶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더 우선에 둔다.

그러자 치료속도는 더디더라도 환자분들의 만족도는 더 올라갔고, 마침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치료효과를 못 보신 할망도 필자에게 공중보건의 복무가 끝나면 꼭 이 동내에 한의원을 차리라고 신신당부하시는 것을 보면, 동내 환자분들과 많이 친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2살이 된 푸들 초롱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분양받은 강아지인데, 간혹 필자보다 더 똑똑한 것 같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어쨌거나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강아지이다.

최근 들어 인간이 형이상학적으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라는 신념이 해체되고 있다. 많은 윤리학자들이 현대의 생명윤리는 종으로서의 ‘인류’의 개념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실체로서의 ‘생명’의 개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개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면 개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나와 교감하는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기 때문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물론 이 말은 주변 사람에서 더 나아가 주변 동, 식물 그리고 자연 환경까지 포함한다. 내가 제주에서 행복한 이유가 바로 제주의 모든 것들과 교감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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