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연의 게임별곡-③] 게임중독은 과연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e스포츠 / 김청연 / 2019-02-15 14:33:48
  • 카카오톡 보내기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대회 참가자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일요주간 = 김청연 기자] 2018년 6월 세계보건기구 WHO는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에서 게임중독을 정식 질병으로 분류했고, 2019년 5월 열릴 예정인 세계보건총회에서 정식 버전이 소개될 예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 9월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대한민국에서도 게임이용에 관련된 장애를 표준 질병 분류에 포함시키고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해당 정책의 수립을 서둘러야한다고 강조하면서 게임업계는 이미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게임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셧다운제와 같은 게임산업 죽이기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정서는 도대체 왜 게임산업의 중흥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시선은 전세계적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뿐 아니라 컴퓨터 및 비디오게임 관련 게임사 대부분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워싱턴DC 소재 미국게임산업협회도 WHO의 결정에 강한 반발을 보이며 협회차원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때 전 세계 E스포츠시장을 선도하던 한국의 입장은 조금 더 민감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과다한 재제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차세대 사업으로 각광받던 국내의 게임 산업은 이미 선두의 자리를 중국에 내준지 오래됐다. <계속> 

 

이미 중국 자본의 침식을 당하며 그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다시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정부 차원의 협조와 국민적인 공감은 필수다. 하지만 이렇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막는 조치를 강화한다면 게임회사들을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게임 회사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타의 사행산업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중독예방치유부담금(연매출의 0.35%)을 게임회사도 납부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업자이기에 이러한 조치는 충분히 설득적이다. 하지만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까지 출석하며 게임업계의 입장을 표명하려는 이유가 이 납부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18년 12월 서울지하철 2호서 선릉역 5번 출구 앞에 칼에 찔린 20대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넥슨의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이었다. ‘서든 어택’은 게임 이용자가 서로 팀을 이뤄 총과 칼 등의 무기로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FPS게임이다.

 

이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21세 여성과 가해자 23세 여성은 3년간 같이 게임을 하며 온라인 상에서 ‘랜선연애’를 하던 사이였다. 현장에서 21세 여성이 남성 행세를 해왔던 것이 발각되면서 23세 여성이 즉시 결별을 통보하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몸싸움 끝에 피가 튀는 참극이 일어난 것이었다.

처음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피(온라인에서 시비가 붙은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 물리적인 다툼을 벌이는 것)를 의심했다. 두 사람이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사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추측은 곧바로 온라인 게임중독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와 함께 이 사건이 총싸움 FPS 게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랜선연애’였으며 범행에 사용된 칼은 전투용 나이프가 아닌 과도였던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이 우려했던 게임중독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건으로 종결이 됐지만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게임 산업 업계 관계자들을 긴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이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라 게임과 관련된 작은 이슈도 단숨에 게임 산업을 옥죄는 중대사건으로 둔갑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이러한 여론몰이는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며 게임 산업의 제일 중요한 고객층인 청소년의 게임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선릉 칼부림 사건은 게임중독과 같이,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국가가 규제를 통해 한 산업의 성장을 막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었으며 비슷한 사례의 사건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주지하여야 할 것이다. 

[ⓒ 일요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