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에서의 즐겁고 신나는 안식년 일기”

포토뉴스 / 배한성 예술 칼럼니스트 / 2013-06-04 10: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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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환 나그네 展] 2013.5.1~6.30 학아재 갤러리
▲ @예술통신

매일 가느다란 펜으로 정해놓은 시간만큼 꼼짝하지 않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이자 장인, 노동자로 혹은 다양한 철학적 주제 와 신화, 무의식 등이 촘촘히 엮어 기다란 두루마리에 장엄한 이야기를 새기던 류승환 작가는 활발한 국내외 전시 활동을 잠 시 중단하고 작년 2012년, 독일로 건너간다.

유럽 현대 미술의 중심이 점점 독일로 옮겨가면서 ‘정신이 젊고 파격적인’ 예술가 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데, 류승환 작가 역시 그 중심에서 그들과 자신의 작업을 돌아보고 새로운 예술적 영감과 기법을 고민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기간에도 역시 병적일 정도로 성실하게 삶의 기록들을 이어갔는데, 이번 전시는 그것들의 일부들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이전 류승환 작가의 작업들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 작가는 독서와 삶의 성찰을 통해 생성되는 이미지들을 두루마리에 ‘기록’하였다. 펜으로 긴 종이에 이미지를 새기는 ‘기록’이었기에 눈으로 그의 그림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독일에서 작가는 그런 그림 속 이야기에 ‘볼륨(부피)’을 더한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들, 다양한 형상의 조형물들을 모아 이야기에 부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 보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작가에서 감상자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이번 작품들에서 작가가 제공하는 것은 감상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온전한 세계이다. 그동안 류승환 작가의 작품 내부에서 볼 수 있었던 선형적인 스토리에 이번에는 부피가 가미된 까닭에 보는 사람들은 위치에 따라 이미지뿐 아니라 이야기의 해석이 달라지는 즐거움을 체험하게 된다.

그동안 류승환 작가의 작업을 일종의 ‘기록’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기록’은 기능적으로 명확함을 담보로 하는 단어이기에 한 기록 안에서는 누구나 비슷한 이야기를 보아야 한다. 이번 류승환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세계에 대한 성찰이나 해석의 기록이 아니라 세계 자체에 대한 기록이다.

▲ @예술통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틀자체를 사람 앞에 던져 놓을 수 있는 천진함과 자신감은 이번 여행이 보여준 세계가 작가에게 얼마나 즐겁고 신나고 생경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는 그 세계를 생각하여 그리고 주워 붙였을 것이다. 그 세계는 크기와 형식은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는 모두 감상자 스스로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다만 작가 본인이 아닌 감상자의 입장에서 이번 작업이 ‘보존’이 어려울 법한 작업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수 있다. 물론 언제나 류승환 작가의 기록은 충실한 삶과 성찰의 필사(筆寫)였을 뿐 보존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새의 사체, 나뭇가지 등 주변의 다양한 삶을 물리적으로 채집하면서 그 채집한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소멸성도 같이 채집해 붙였다. 몇 작품들은 오래지 않아 문드러지고 바스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류승환 작가의 천성적인 계산 없는 순수함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 @예술통신

[류승환 나그네 展]

기간 : 2013.5.1 ~ 2013.6.30
장소 : 학아재 갤러리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98, 2층 (와룡동 122번지)
연락처 : 02-766-7647



PROFILE

1961 - 서울생
1989 - 서울대학교 회화과
주요 전시
2010 - ‘그림, 꿈을 꾸다(Drawing to Dream)’, 포스코미술관
2009 - “괴물시대(Dissonant Visions)”, 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
2008 - The Drawing Center/New York, Viewing Program
2008 - “Quand L’esprit Voyage”, Galerie Luman, Paris, France
2008 - “정신의 여정”, 와 갤러리, 서울
2008 - “한일 문화 교류”재일 한국대사관 초청, Tokyo, Japan
2007 - “intodrawing”,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서울
2007 - “Imfuse”, 벨벳갤러리, 서울
2007 - “Never Ending Drawing”, Pam-a Gallery, Tokyo, Japan
2007 - “Life Cycle Series”, 인데코 갤러리, 서울
2003 - “Uncnny”, 라메르갤러리, 서울
Fellowships
2007 - Artist Fellowship,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2006 - The 1th Artist, SOMA DC Artist Public Subscription
소장처
2007 - MIRE N CULTURE GROUP
2004 - Met Life
1989 BFA in paint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Born in Seoul(South Korea) in 1961, Lives and works in Seoul.
Selected One Person Exhibition:
2010 - “Drawing to Dream”, POSCO Art Museum, Seoul
2008 - The Drawing Center/New York, Viewing Program
2008 - ‘Quand L’esprit Voyage’, Luman Galerie, Paris
2008 - ‘Spiritual Journey’, Wa Gallery, Seoul
2008 - ‘Korea and Japan Interchange’Korean Cultural Center in Japan, Tokyo
2007 - ‘intodrawing’, Soma Museum of Art Drawing Center, Seoul?
2007 - ‘Never Ending Drawing’, Pam-a Gallery, Tokyo
2007 - ‘Life Cycle Series’, Gallery Indeco, Seoul?
2004 - Gallery Gamo, Seoul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09 - “Dissonant Visions”, Seoul Museum of Art, Seoul
2009 - ‘Easter commemoration’, Luman Galerie, Paris
2009 - ‘line line color line’, TOUCHART Gallery, Heyri
2008 - ‘Life in Art Project’, Uijeongbu Art Center, Uijeongbu
2008 - ‘8 Masters’, Chai Gallery, Seoul
2007 - ‘Imfuse’, Velvet Gallery, Seoul
2007 - ‘Art Villagers’, Young Gallery, Seoul
2003 - ‘Uncnny’, La Mer Gallery, Seoul
1998 - ‘Time and Prospect of Modern painters 11’, Yale Gallery, Seoul
1995~1997 - ‘Hyng-sung Art Group’(3 time),Deokwon Museum, Seoul
1991~1995 - ‘Hye-wha Art Group’,(5 time) Na Gallery, Seoul
1990 - ‘1.9.8.1’, Gwanhun Museum, Seoul
Prizes/Fellowships
2007, 2010 - Artist Fellowship,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2006 - The 1th Artist, SOMA DC Artist Public Subscription


@예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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