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기억력은 좋은 편인가

오피니언 / 최종서 변호사 / 2018-12-10 14: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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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서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최종서 변호사

[일요주간 = 최종서 변호사] “오! 수정” 대학시절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평가가 분분했던 영화이다. 쓸데없이 긴 지루한 영화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남녀의 심리차를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이라고 호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전자에 속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를 최근 우연치 않게 다시 보게 되었다. 대학생 때보다는 나의 식견이 깊어졌기 때문이겠지...“이렇게 재미있고,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주말에 혼자 영화를 보고도 그 여운이 깊게 남았다.


두 남녀가 똑같은 일을 경험하고, 서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경험과 대화의 내용이나 의미는 각자에게 전혀 다르게 각인된다. 이는 오롯이 남녀의 차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 가족들 상호간에도 동일한 문제는 발생한다.


인간의 기억은 처음부터 주관적·선별적으로 입력되어 저장되고, 시공간을 무시한 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가, 개인차에 따라 기억의 파편들은 삭제되기도 하고, 외부의 요소에 변경되기도 하며, 자기만의 주관적인 입장에 따라 다시 재조합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똑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 사이에서도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되는데, 재판을 하다보면 이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누구는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는데 상대방은 그 돈을 빌린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 혹은 다 갚았다고 하는 경우, 누구는 위력에 의하여 어쩔 수 없어 반항하지 못하여 간음을 당했다고 하는데 상대방은 화간이었다고 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둘 중에 한명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의 기억이 너무나도 다른 것에 기인하는 문제인 경우가 많아 어렵다. 둘 중에 한명은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기 쉽지 않고, 재판에 진 자는 사법제도를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선과 악이 분명히 나뉘는 사건이라면 판사나 변호사들이 필요 없지만, 상당수의 사건은 선과 악이 분명히 나뉘는 사건이 아니고,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도 쉽게 비난을 못할 사건이 대부분이다.


평소 기억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경향이 심해지는데, 인간사 쉬운 것이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의 기억력은 좋은 편인가?’가 아니라 ‘나의 기억은 정확한 편인가?’라고.


최종서 변호사 프로필


* (현) 서울 송파구 민원조정위원회 위원


* (현) 서울가정법원 화해권고위원


* (현) 법무법인 강남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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